코드 악보 초견 능력 키우는 훈련법

어제 레슨실 문을 열고 들어온 3년 차 취미생 민우 씨는 자신만만하게 야마하 LL16 기타를 꺼냈습니다. 평소 연습하던 곡은 제법 그럴듯하게 연주하는 친구입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 처음 보는 가요 악보 한 장을 건네자마자 민우 씨의 손가락은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첫 마디의 비플랫 메이저 세븐 코드를 보자마자 머릿속이 하얘졌다고 고백하더군요. 30년 동안 음악을 가르치며 매주 마주치는 흔한 풍경입니다.

많은 이들이 새로운 악보를 보고 바로 연주하지 못하는 이유를 머리가 나쁘거나 연습량이 부족해서라고 자책합니다. 하지만 진짜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여러분은 새로운 악보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어디를 보시나요. 대부분은 복잡한 코드의 형태를 손가락으로 어떻게 잡을지 고민하느라 바쁩니다. 바로 이 지점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입니다. 초견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연습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야 합니다.

코드 도표를 머리로 외우는 집착이 당신의 눈과 손을 굳게 만든다

기타를 배우기 시작할 때 우리는 수많은 코드 도표를 외웁니다. 하지만 실전에서 악보를 보며 연주할 때 머릿속으로 코드 사전의 이미지를 검색하고 있다면 이미 한 박자 늦은 것입니다. 초견이 빠른 사람들은 코드를 개별적인 도형으로 인지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음악의 흐름 속에서 다음 자리에 올 패밀리 코드를 예측합니다.

조표에 따라 자주 함께 쓰이는 다이아토닉 코드가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장조(G Major) 곡이라면 사장조, 마단조, 다장조, 라장조가 한 세트로 움직입니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연주할 때 사장조 다음에 라장조의 분수 코드나 마단조가 나오는 것은 수학 공식처럼 당연한 흐름입니다. 이러한 흐름의 지도를 머릿속에 그리지 않고 매번 새로운 코드가 나올 때마다 손가락 모양을 떠올리려고 하니 눈이 악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개별 코드가 아닌 전체적인 조의 흐름을 읽는 눈을 길러야 비로소 악보가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육십 비피엠 메트로놈 소리 속에서 완벽을 버리고 흐름을 타는 법

초견 연습을 할 때 가장 방해가 되는 감정은 완벽주의입니다. 코드 하나를 제대로 짚지 못했다고 해서 연주를 멈추고 손가락을 다시 고쳐 잡는 습관은 초견 능력을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합주 상황에서 내가 멈춘다고 다른 악기들이 나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틀리더라도 뻔뻔하게 흘려보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코르그 메트로놈을 켜고 템포를 육십 비피엠으로 맞추십시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첫 박자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설령 코드를 반만 잡았거나 뮤트가 되어 틱틱거리는 소리가 나더라도 오른손 스트로크나 아르페지오는 정해진 박자에 무조건 들어가야 합니다. 이 훈련의 핵심은 **다음 마디를 미리 보는 눈의 예비 동작**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오른손이 현재 마디를 연주하는 동안, 눈은 이미 다음 마디의 코드를 향해 있어야 합니다. 박자를 쪼개어 생각하지 말고 마디 단위로 숲을 보는 훈련을 지속할 때 비로소 멈추지 않는 연주가 가능해집니다.

잔나비의 노래로 훈련하는 근음 위주의 길 찾기 지도

처음 보는 악보의 코드 진행이 복잡해 보일 때 손가락 전체로 완벽한 폼을 잡으려 하면 백전백패입니다. 이때 유용한 기술이 바로 루트 음, 즉 근음만 짚으며 진행을 따라가는 방법입니다. 아무리 화려한 텐션 코드가 나와도 결국 그 코드의 뼈대는 으뜸음입니다.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같은 대중가요 악보를 펼쳐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베이스 라인만 연주해 보십시오. 코드의 복잡한 구성음은 모두 무시하고 육번 줄과 오번 줄에서 **으뜸음(근음)의 움직임**만 짚어내며 리듬을 타는 것입니다. 근음의 길만 제대로 파악해도 전체적인 곡의 뼈대가 손끝에 느껴집니다. 이 뼈대 위에 삼도 음이나 오도 음을 하나씩 얹어가는 방식으로 연주를 확장해야 초견 연주 중에도 당황하지 않고 소리를 채워나갈 수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실력을 키우고 싶다면 오늘 당장 컴퓨터를 켜고 한 번도 연주해 본 적 없는 낯선 가요 악보를 아무거나 딱 한 장만 인쇄하십시오. 그리고 기타를 잡고 메트로놈을 오십 비피엠으로 아주 느리게 틀어놓은 뒤, 코드를 완벽하게 잡으려 하지 말고 오직 각 마디의 첫 박자에 근음만 치면서 노래 끝까지 멈추지 않고 완주해 보십시오. 틀려도 절대로 손을 멈추지 않는 그 오 분간의 경험이 당신의 초견 능력을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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