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 레슨실 문을 두드리며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손이 굳어서 안 될 것 같다거나, 이 나이에 시작해서 뭘 하겠냐는 겸손 섞인 한탄이지요. 30년 동안 이 자리에서 수많은 수강생을 만났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악기 케이스를 열며 똑같은 말씀을 드립니다. 뼈마디가 굳은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기타를 잡는 게, 사실은 가장 완벽한 타이밍이라고요.
어린 시절에는 음표를 빨리 읽고 손가락을 현란하게 움직이는 기술에 집착합니다. 하지만 지긋한 연륜이 쌓인 뒤에 **기타**를 잡는 분들은 접근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삶의 풍파를 겪으며 쌓인 감정의 결이 그대로 연주에 묻어납니다. 며칠 전 환갑을 넘기신 수강생 한 분이 오스카 피터슨의 음악 대신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 연습해 오셨는데, 그 투박한 코드 스트로크 하나에 레슨실 전체가 먹먹해졌습니다. 젊은 날의 기술로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울림이 거기 있었습니다.
손가락 아픔을 견디는 지구력도 어른들이 훨씬 뛰어납니다. 처음 야마하의 입문용 모델이나 콜트 통기타를 들고 오면 손끝이 빨개지도록 연습하다가 굳은살이 박힙니다. 아이들은 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지쳐 떨어지기 일쑤지만, 성인 수강생들은 다릅니다. 이 고통이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 위한 통과의례임을 잘 알고 있기에, 퇴근길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기타 학원 의자에 묵묵히 앉아 F코드를 짚어냅니다. 한 달만 독하게 버티면 결국 손가락 끝에 단단한 방패가 생기고, 그땐 어떤 장난감보다 재미있는 악기가 손에 들려 있게 됩니다.
시간을 쓰는 효율성 면에서도 성인이 압도적입니다. 하루에 딱 20분만 집중해도 뇌는 기억합니다. 직장인들은 출근 전이나 잠들기 전 짬을 내어 연습하는데, 이 짧은 시간의 몰입도가 놀라울 정도로 높습니다. 메트로놈을 켜놓고 쿵짝 쿵짝 박자를 맞추며 펜더 일렉트릭 기타나 오베이션 통기타를 안고 있는 그 짧은 시간은 하루 중 가장 온전히 나를 만나는 시간이 됩니다. 굳이 프로 뮤지션이 될 필요가 있겠습니까. 토요일 저녁 거실 소파에 앉아 아내에게 산울림의 의미를 모른 채를 무심하게 툭 쳐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악기를 시작한 보람은 차고도 넘칩니다.
오늘 당장 스마트폰을 켜고 중고장터나 근처 악기사에서 십만 원대 중반의 중고 통기타 하나를 검색해 보세요. 그리고 사장님에게 줄을 얇은 것으로 세팅해 달라고 부탁하십시오. 그것만으로도 당신의 일상에 새로운 리듬이 시작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