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주실만 들어가면 기타 소리가 갑자기 먹먹해지거나 묻히는 경험, 밴드 해본 분들이라면 누구나 겪어보셨을 겁니다. 분명 집에서 혼자 칠 때는 귀에 꽂히는 예쁜 소리였는데, 드럼이 쿵쾅거리고 베이스가 들어오는 순간 내 기타는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 버리죠. 30년 동안 수많은 아마추어 밴드와 입시생들을 가르치면서 이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을 셀 수 없이 마주했습니다. 기타 볼륨을 키우면 될 것 같죠? 아닙니다. 볼륨을 키우면 밴드 전체 사운드가 시끄러워질 뿐이고, 결국 보컬과 싸우다가 엔지니어에게 한 소리 듣기 십상입니다. 범인은 바로 주파수 대역의 중첩, 즉 사운드 충돌입니다.
첫 번째로 살펴볼 것은 기타와 베이스가 부딪히는 저음역대 문제입니다. 합주 때 베이스기타가 펜더 프리시전 베이스 같은 악기로 로우 앤드(저음)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데, 기타리스트가 픽업을 넥 쪽으로 두고 톤 노브를 깎은 채로 코드를 긁어대면 어떻게 될까요. 주파수 대역이 완전히 겹치면서 스피커가 찢어지는 듯한 부밍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럴 때는 기타의 저음역대를 과감하게 깎아야 합니다. 보스 사의 지는이-투백(GE-7) 같은 이펙터를 사용한다면 백 헤르츠에서 이백 헤르츠 부근의 슬라이더를 아래로 내려보세요.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기타 혼자 들을 때 깡통 소리처럼 들리던 그 세팅이 밴드 합주에 들어가면 베이스와 정확히 맞물려 단단한 한 덩어리의 사운드를 만들어냅니다.
두 번째는 일렉트릭 기타와 보컬, 그리고 건반 악기가 싸우는 중음역대 정리입니다. 밴드의 곡이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 같은 곡이라면 피아노와 일렉기타가 동시에 리듬을 치는 구간이 나옵니다. 이때 건반은 그랜드 피아노 음색으로 넓은 대역을 쓰고, 기타는 마샬 앰프 게인을 12시 방향 이상으로 올리면 중음역대에서 서로 살을 깎아 먹는 전쟁이 일어납니다. 보컬의 목소리가 들어설 자리가 없어지는 겁니다. 이 상황에서는 기타리스트가 사운드의 질감을 바꾸거나 연주 방식을 달리해야 합니다. 험버커 픽업보다는 싱글 코일 픽업의 찰랑거리는 질감을 선택하고, 코드 스트로크보다는 펑크(Funk) 스타일의 커팅 주법으로 쪼개서 연주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모든 주파수를 다 채우려 하지 말고, 다른 악기가 쉬는 틈새 주파수를 비워둔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장비 탓을 하기 전에 이펙터 노브를 돌리는 순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많은 분들이 디스토션 페달이나 멀티 이펙터 프리셋을 고를 때 방구석 기준의 이른바 ‘스쿱드 톤’을 선호합니다. 저음과 고음을 올리고 중음을 깎아내는 세팅이죠. 혼자 들으면 웅장하고 멋지지만 밴드 사운드에서는 가장 최악입니다. 앰프의 이큐(EQ)를 조절할 때는 반드시 드럼 킥과 스네어, 베이스가 함께 연주되는 상황에서 맞추어야 합니다. 특히 기타의 고음역대인 이천에서 삼천 헤르츠 대역은 귀를 찌르는 쏘는 소리가 난다고 무조건 줄이면 안 됩니다. 이 대역이 살아있어야 보컬과 악기들 사이에서 내 기타 소리가 명확하게 치고 나올 수 있습니다.
내 기타 소리가 자꾸 파묻힌다고 느껴진다면, 오늘 합주실에 가서는 앰프의 베이스 노브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두 칸 내리고 미들 노브를 한 칸 올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