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를 치며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직장인 수강생 민수 씨가 레슨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늘은 일렉트릭 기타와 합주를 맞춰보기로 한 날이다. 민수 씨는 깁슨 레스폴 주니어(Gibson Les Paul Junior)를 메고 앰프 볼륨을 올렸다. 문제는 드럼 머신이나 메트로놈에 맞춰 단독으로 코드를 칠 때는 박자가 잘 맞던 그가, 옆에서 베이스 기타가 들어오자마자 사정없이 무너진다는 데 있었다. “선생님, 쿵짝쿵짝 하는데 자꾸 베이스 음에 제 피라미드가 흔들려요.” 그의 얼굴엔 당혹감이 가득했다. 합주실에서 흔히 벌어지는 풍경이다. 기타와 베이스가 만나면 왜 갑자기 박자가 엉키는 걸까요?
드럼의 킥 드럼과 베이스의 저음역이 만드는 소리 진동을 몸으로 느끼기
민수 씨의 기타 연주가 자꾸 밀렸던 이유는 귀로만 소리를 들으려 했기 때문이다. 많은 초보 연주자들이 기타 소리와 보컬 멜로디에만 집중한 채 베이스를 그냥 배경음악 정도로 여긴다. 하지만 합주에서 베이스는 허공에 떠 있는 소리가 아니다. 저음은 공기를 흔드는 물리적 진동이다.
실제로 메트로놈 소리에만 의존하면 베이스 주자의 미세한 밀고 당기는 연주를 캐치하지 못해 박자가 어긋난다. 펜더 재즈 베이스(Fender Jazz Bass)가 내는 굵직한 저음이 앰프 캐비닛을 통해 발바닥을 때릴 때, 그 진동과 드럼의 킥 드럼 소리가 하나로 뭉치는 지점이 있다. 그 지점을 찾아내야 한다. 오늘은 메트로놈 소리를 과감히 끄고 롤링 스톤즈의 곡을 틀어보자. 그리고 베이스 주자의 엄지손가락 움직임과 내 피크의 다운스트로크가 부딪히는 순간을 시각과 촉각으로 동시에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보자.
메이저 코드와 마이너 코드의 근음 위치에서 시작하는 타임밍 조절
드럼과 베이스가 완벽한 궁합을 보여줘도 기타가 타임을 놓치는 또 다른 주된 원인은 왼손의 짚는 속도에 있다. 민수 씨는 코드 체인지를 할 때 손가락을 미리 옮기지 못하고, 박자의 정중앙에서 손을 바꿨다. 그러다 보니 베이스가 쿵 하고 저음을 짚는 타이밍과 기타의 코드 스트로크가 엇갈렸다.
예를 들어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Hotel California) 도입부를 연주할 때, B마이너 코드에서 에프샵 코드로 넘어가는 순간을 보자. 베이스가 마디의 첫 박에 정확히 근음을 때려 박는데, 기타리스트가 그보다 0.1초라도 늦게 코드를 완성하면 그루브는 완전히 박살 난다. 코드를 완벽하게 잡으려고 애쓰지 말고, 박자의 첫 비트에 맞춰 왼손가락이 지판을 타격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소리가 나지 않아도 좋다. 타임이 먼저다. 리듬이 먼저 몸에 들어온 뒤에 소리가 얹어져야 비로소 악기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한다.
백비트 리듬 감각을 익히기 위해 첫 박을 쉬고 들어가는 훈련
박자를 맞추기 힘들어하는 수강생들에게 처방전으로 자주 쓰는 방법이 있다. 바로 첫 박을 의도적으로 쉬고 들어가며 리듬을 몸으로 밀어내는 방식이다.
우리는 흔히 박자를 셀 때 하나, 둘, 셋, 넷 하며 정박에만 신경을 쓴다. 하지만 그루브는 정박과 정박 사이의 미세한 틈, 즉 백비트에서 발생한다. 제임스 브라운의 펑크 음악을 떠올려보자. 기타는 언제나 박자 사이의 빈 공간을 긁어준다. 민수 씨에게 메트로놈을 켜두고 첫 박의 쿵 소리는 머릿속으로만 세고, 두 번째 박과 네 번째 박에만 스트로크를 하도록 시켰다. 처음엔 뚝뚝 끊기던 연주가 십 분쯤 지나자 거짓말처럼 유연해졌다. 베이스의 리듬 라인과 기타의 커팅이 서로를 밀어내며 맞물리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 밤 연습실에 홀로 앉아 기타를 잡는다면, 메트로놈을 켜고 스트로크를 내리칠 때 손목에 힘을 완전히 빼보자. 그리고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베이스의 저음 선율 위에 내 기타 소리를 살짝 얹어본다는 느낌으로, 딱 세 마디만 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