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3년 동안 제게 통기타를 배운 직장인 밴드 동호회 회장 영민 씨가 풀이 죽은 얼굴로 연습실 문을 열었습니다. 주말에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야심 차게 첫 길거리 공연(버스킹)을 했는데, 사람들이 눈길 한번 안 주고 그냥 지나가더라는 겁니다. 영민 씨의 실력은 훌륭합니다. 고 김광석의 노래를 기가 막히게 부르고, 손가락 연주(핑거스타일) 주법도 수준급이지요. 그런데 왜 사람들은 멈춰 서지 않았을까요? 원인은 음악 실력이 아니라, 철저히 공급자 위주로 짜인 곡 배치에 있었습니다. 30년 동안 길거리와 무대에서 터득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진짜 비결을 오늘 풀어놓으려 합니다.
초반 3초에 승부하는 직진형 배치와 서서히 스며드는 빌드업형 배치의 차이
길거리에서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 곡부터 누구나 아는 강력한 히트곡을 던지는 **직진형 배치**와, 잔잔한 연주곡으로 호기심을 유발한 뒤 점진적으로 에너지를 올리는 **빌드업형 배치**입니다.
직진형 배치는 유동 인구가 많고 빠르게 이동하는 지하철역 광장이나 번화가 길목에 적합합니다. 여기서는 사람들이 멈출지 말지를 3초 안에 결정합니다. 이때는 이문세의 ‘소녀’나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 도입부의 익숙한 통기타 리프를 곧바로 연주해야 합니다.
반면 빌드업형 배치는 사람들이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거나, 벤치에 여유롭게 쉬고 있는 공원이나 해변에 어울립니다. 처음부터 시끄럽게 다가가면 오히려 거부감을 줍니다. 코타로 오시오의 ‘황혼(Twilight)’ 같은 잔잔한 어쿠스틱 연주곡으로 배경음악처럼 스며든 뒤, 관객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할 때 서서히 템포가 빠른 곡으로 넘어가는 것이 현명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장소에서 노래할 계획을 세우고 계시나요? 장소의 성격에 따라 첫 곡의 온도부터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롤랜드 큐브 스트리트와 보스 에스원 프로가 결정하는 소리 전달의 극대화
곡 배치만큼 중요한 것이 장비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길거리 공연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앰프인 롤랜드 큐브 스트리트 이엑스(Roland Street Cube EX)와 보스 에스원 프로(Bose S1 Pro)는 소리를 뿌려주는 성향이 전혀 다릅니다. 이 특성에 맞춰 곡을 배치해야 소리가 뭉개지지 않고 관객의 귀에 꽂힙니다.
롤랜드 제품은 중간 음역대가 단단하고 목소리가 앞으로 튀어나오는 특성이 있습니다. 가사 전달력이 좋기 때문에 읊조리듯 부르는 포크 송이나 가요 위주의 곡 배치에 유리합니다. 반면 보스 제품은 풍성한 저음과 넓은 공간감이 강점입니다. 통기타 한 대만으로 웅장한 느낌을 주거나 기타 줄을 때려 소리를 내는 타악기적 주법(퍼커시브)을 활용한 리드미컬한 곡을 연주할 때 빛을 발합니다.
만약 보스 에스원 프로를 들고 나간다면, 초반부에 기타 몸통을 두드리며 리듬을 살리는 에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