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 레슨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수강생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반주를 좀 더 예쁘게 만들고 싶다며 화려한 주법을 가르쳐달라는 요청이지요. 다들 유튜브에서 본 현란한 손가락 움직임을 따라 하겠다고 덤벼들지만, 막상 시켜보면 메트로놈 박자도 못 맞추면서 손가락만 바쁘게 움직이기 일쑤입니다.
우리는 흔히 아르페지오를 배울 때 손가락 번호부터 외우고 봅니다. 엄지는 6, 5, 4번 줄, 검지는 3번 줄, 중지는 2번 줄, 약지는 1번 줄에 고정해야만 정석이라고 믿지요. 하지만 지난 삼십 년간 수많은 사람을 가르쳐본 결과, 이 고정관념이 오히려 실력 향상을 가로막는 가장 큰 벽이었습니다.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연주할 때와 들국화의 걱정말아요 그대를 연주할 때의 손 모양이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음악의 성격과 코드 진행에 따라 손가락의 역할은 유기적으로 바뀌어야 진정한 맛이 살아납니다.
코드 체인지 순간에 멈추는 이유는 손가락이 꼬여서가 아닙니다. 박자에 대한 감각이 손끝에 얹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야마하 펜시브 시리즈나 삼익 악기 같은 입문용 통기타로 연습하든, 마틴 디십칠 같은 고급 모델을 쓰든 원리는 같습니다. 지금부터 실전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패턴 다섯 가지를 통해 손가락의 독립성을 완전히 깨워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가장 기본이 되는 네 박자 순환 주법입니다. 흔히 왕벌의 비행이나 캐논 변주곡의 코드 반주에 쓰이는 방식으로, 엄지가 베이스를 짚고 검지, 중지, 약지가 차례대로 긁고 올라오는 형태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소리의 입자감을 균일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어떤 손가락은 세게 튕기고 어떤 손가락은 스치듯 지나가면 악기에서 튀는 소리가 납니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책상 두드리듯 일정한 간격으로 소리가 나도록 덱스터 기타의 단단한 바디를 느끼며 연습해 보십시오.
두 번째는 세 박자 계열의 삼연음 쪼개기 패턴입니다. 아이유의 밤편지 같은 서정적인 발라드 곡을 연주할 때 감성을 극대화하는 주법이지요. 엄지 한 번에 나머지 손가락이 두 번 빠르게 개입하는 구조인데, 이때 속도를 내겠다고 손목에 힘을 주면 십중팔구 소리가 뭉개집니다. 손목의 스냅을 최대한 빼고, 깁슨 줄넘김처럼 부드럽게 감아쥐는 느낌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혹시 여러분은 연습할 때 메트로놈을 켜놓고 하십니까, 아니면 그냥 감으로 치고 계십니까.
세 번째는 엇박을 활용한 당김음 패턴입니다. 리듬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핵심 기술로, 이승철의 Western Sky 같은 곡의 후렴구 도입부에 기가 막히게 어울립니다. 첫 박자에 베이스를 치고 두 번째 박자를 과감하게 쉬어준 뒤 세 번째 박자에서 안쪽 손가락들이 동시에 화음을 터뜨리는 방식입니다. 이 주법을 익힐 때는 발을 구르는 동작과 손가락이 줄을 뜯는 타이밍이 어긋나지 않는지 거울을 보며 확인해야 합니다.
네 번째는 핑거스타일의 기초가 되는 교차 진행 주법입니다.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로 일렉기타 아르페지오를 연습할 때도 유용한 이 패턴은, 엄지와 약지가 동시에 움직이면서 안쪽의 줄들을 교차로 건드리는 방식입니다. 손가락이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손등의 각도를 살짝 세워주는 것이 요령입니다. 콜트 어쿠스틱 기타의 넓은 지판 위에서 이 패턴이 매끄럽게 돌아간다면, 웬만한 중급 곡의 반주는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뜻입니다.
다섯 번째는 저음부와 고음부를 동시에 타격하는 타악기적 아르페지오입니다. 성시경의 두 사람을 연주할 때 밋밋한 반주에 생기를 불어넣는 비장의 무기지요. 엄지로 저음 현을 강하게 튕김과 동시에 손바닥 날로 브릿지 근처를 살짝 눌러주는 뮤트 주법을 섞어줍니다. 이 다섯 가지 패턴을 머리로 이해하려 들지 마시고, 오늘 밤은 다른 곡은 다 제쳐두고 C 코드 하나만 잡아놓고 메트로놈을 60에 맞춘 뒤 세 번째 패턴만 정확히 5분 동안 반복해 보세요.